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올봄 양봉 업계는 ‘꿀벌 실종’으로 홍역을 치렀다. 봄을 맞아 본격 양봉 준비를 하기 위해 벌통을 열었는데, 벌통이 휑한 경우가 많았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겨울 약 78억마리의 꿀벌이 폐사했다고 밝혔다. 사체가 있거나, 벌통에서 사라진 숫자를 합친 것이다. 지난해 약 558억마리의 꿀벌이 사육됐는데, 14%가 폐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꿀벌 기생충인 응애의 피해가 유독 심했다”고 했다. 응애는 벌에 달라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등 벌의 성장을 방해한다. 또 응애 피해가 심해지자 양봉업자들이 살충제를 뿌리는 등 방제를 강하게 하면서 꿀벌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용수 연구관은 “불안정한 기후 영향이 컸다”고 했다. 작년 2~4월 이상 고온으로 아카시아가 조기 개화했고, 개화기가 10일가량 짧아졌다. 벌이 꿀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준 것이다. 벌이 아카시아꿀을 먹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작년엔 유독 약한 벌이 많아 폐사가 늘었다. 작년 11월 말부터 12월 초 남부 지방 기후가 따듯해 월동 중이던 꿀벌 일부가 일찍 잠에서 깨 추위를 버티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최 연구관은 “벌통에 센서를 설치해 일정 온도와 일벌 개체 수를 유지하는 디지털 양봉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78억마리가 사라졌지만, 벌꿀 공급 차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전망했다. 꿀벌 사육 마릿수가 306억마리로 가장 적었던 2011년에 벌꿀 2만t이 생산돼, 평년(1만4000t)보다 많았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